손흥민과의 인종차별 사건, 벤탄쿠르의 사과 논란과 FA 조사 착수
손흥민(토트넘)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은 로드리고 벤탄쿠르에 대해 영국축구협회(FA)가 조사에 돌입했습니다.
이제는 손흥민의 용서로도 끝날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해외 팬들의 여론도 중립적이었던 분위기에서 벤탄쿠르를 비난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특히 벤탄쿠르의 변명으로 일관한 '2차 사과'가 오히려 사태를 키운 셈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반응
세계 최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중 하나로 손꼽히는 '레딧'에서는 지난 23일부터 벤탄쿠르 징계 여부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다수 팬들이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많은 공감을 얻은 의견으로는 '악의가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다. 없애버려라', '인종차별에 대한 남미의 전형적인 인식을 보여준다. 악의가 없었으니 괜찮은 줄 안다', '라이벌 팀의 선수가 그런 말을 했다면 우리는 무기를 들었을 것', '그는 본질적으로 자신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응하는 방법 측면에서도 최악이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라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등이 있습니다.
사건의 시작과 벤탄쿠르의 첫 사과
벤탄쿠르는 지난 15일 자국 우루과이 방송에 출연해 사고를 쳤습니다.
진행자가 손흥민 유니폼을 요청하자 벤탄쿠르는 "그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 사촌이어도 모를 것"이라며 동양인 외모를 비하했습니다.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했습니다.
부랴부랴 SNS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손흥민의 애칭인 '쏘니(Sonny)'의 철자를 Sony로 틀리게 적고 24시간이면 삭제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이용해 논란만 확산됐습니다.
벤탄쿠르의 사과문은 16일에 이미 사라졌습니다.
토트넘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토트넘과 벤탄쿠르의 SNS는 온라인 전쟁터로 전락했습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공식 입장 및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사람들과 벤탄쿠르가 사과했으면 그만이지 무엇이 더 필요하느냐는 입장이 맞섰습니다.
손흥민의 중재와 벤탄쿠르의 2차 사과
그러던 20일 손흥민이 선제적으로 수습에 나섰습니다.
손흥민은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결코 의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형제이며 변한 것은 없다'며 오해가 풀렸다고 공표했습니다.
그러자 토트넘도 이어서 '우리는 손흥민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어떠한 차별도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성과 평등에 대해 추가 교육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다음 날 벤탄쿠르가 슬그머니 2차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단순한 농담이었다고 치부했습니다.
벤탄쿠르는 "나는 결코 다른 사람을 언급한 적이 없다. 오직 손흥민을 향한 말이었다. 누구에게든 직간접적으로 불쾌감을 줄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인종차별과는 선을 그었습니다.
아시아인 전체를 모욕했다는 지적을 부정한 셈입니다.
팬들의 반응과 FA 조사
토트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풋볼런던의 알라스데어 골드 기자에 따르면 주로 토트넘과 우루과이의 팬들이 벤탄쿠르를 옹호하는 편입니다.
벤탄쿠르의 2차 사과 이후에는 토트넘 공식 SNS에서도 탄식이 이어졌습니다.
'벤탄쿠르에게 더 나은 홍보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냥 침묵하고 있는 편이 나을 뻔했다'라며 사과가 잘못됐다고 꼬집었습니다.
FA가 벤탄쿠르의 발언이 인종차별에 해당한다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면 출장 정지 및 벌금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손흥민의 용서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발전했으며, 벤탄쿠르의 태도와 대응 방식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벤탄쿠르와 토트넘 구단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팬들과 축구계 전체의 기대는 벤탄쿠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FA의 조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져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길 바랍니다.